" 화제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의 김영민 서울대 교수. 본질적이되 지루하지 않은 질문과 명쾌하되 가볍지 않은 대답으로 우리 시대를 독창적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그의 첫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출간됐다. 반문과 비틀기, 날렵한 유머와 자유로운 사유로 일상의 진부함을 타파하며 본질을 향해 다가가는 김영민 글쓰기의 정수를 만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책은 지난 10여 년간 김영민 교수가 일상과 사회, 학교와 학생, 영화와 독서 사이에서 근심하고 애정 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김영민 교수는 이 책을 가리켜 과거의 사람들을 추억하고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하며 새로운 만남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매개로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일에 대해 떠들고”,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불문율을 깨뜨리는, 비판적 인식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김영민 교수. 그는 독자 역시 이 책을 통과하는 동안만큼은 불안하던 삶이 견고해지기를, 독서가 삶의 작은 기반이나마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조용히 말한다." - Yes24 책 소개 -

 

 사실 책의 초입에서는 제목과 소개에 사기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울 점 많은 지식인의 철학적 고찰을 훔쳐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생소한 정치 이야기와 시니컬한 유머를 곁들인 가벼운 글들에 약간은 실망했다. 특히 작가의 유머감각에서 일본의 모 정치인의 유행어인 '펀쿨섹'이 느껴졌는데, 이는 60년대생 남교수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하기에 큰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기대했던 것들을 포기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보니 작가의 의도대로 '리듬감 있게' 읽혔다. 이 책은 누구나 삶에서 겪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짧은 글들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대목에서는 공감과 함께 후한 평가를 했지만 무지한 주제에 대한 글은 다음 장으로 도망가듯이 빠르게 읽어버렸다. 가끔 그런 책들이 있다. 어설프게 완독을 해도 책과 완전히 교감되지 못하고 나중을 기약하게 되는, 그런 책들이 있다. 나이가 든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그때는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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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프롤로그 |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 이들의 연대기 이다. 죽음에 대한 선학들의 철학적인 한 마디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죽은 자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에 사후의 명성 따위는 당사자에게 가치가 없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우리는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죽은 자신에 대해 슬퍼할 자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 살아 있지 않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면, 태어나기 이전도 슬퍼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고.

- 프롤로그 |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 이들의 연대기 -

 

 상처를 심미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확대된 시야를 동반한 성장이 필요하다. 극복하지 못할 만큼의 괴로운 일이 생긴다면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도하자.

 시야의 확대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확대된 시야 없이는 상처를 심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 동시에 아무리 심미적 거리를 유지해도 상처가 없으면, 향유할 대상 자체가 없다.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 1부, 성장이란 무엇인가  -

 

내가 죽음을 앞두고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나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그러면 미래에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것이 좋은 이야기일까요? 좋은 이야기의 조건은 너무도 큰 주제라서 오늘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좋은 등장인물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부자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으로만 점철된 이야기라고 꼭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패담도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한 망각도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요령 있게 망각하고 기억할 때 좋은 이야기가 남겠지요. 아무 일도 기억나지 않는 삶은 물론 지루한 이야기겠지요. 그래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2부, 2월의 졸업생들에게 - 

 

작가가 설정한 글의 여러 단면 중 나는 극히 일부만을 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이 책을 다시 한번 더 읽고, 2021년에 가져간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져가 봤으면 한다.

 모든 층의 독자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하려 하지 말고, 각기 다른 층의 독자들이 하나의 글에서 각기 다른 것을 가져가게끔 글을 쓴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려면, 글에 여러 단면을 만드는 게 좋을 것입니다. 사실, 독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전유하지 않던가요. 필자의 희망과는 별개로, 독자 개개인에게는 목전의 글을 하필 그렇게 읽고 싶은, 혹은 그렇게 읽지 않을 수 없는 사정과 개인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쓰기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읽기의 영역이겠지요.

- 3부, 칼럼을 위한 칼럼 -

 

 추가로 칼럼이 가지는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평소에 신문이나 기사를  즐겨 보지 않기 때문에 칼럼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배웠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정치|시사|사회 혹은 기타 등등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몰입도 있게 정리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에세이와 칼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봤다. 평이하게 주제에 대한 생각을 풀어쓰는 에세이와는 달리 칼럼은 시사성이 있는 주제를 촌평하기 때문에 더 날카롭고 치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칼럼에 매력을 느꼈나 싶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칼럼을 모아 볼 수 있는 링크를 첨부하며 이번 독서후기를 마친다.

1. 네이버 오피니언 - 언론사별 사설, 칼럼 등을 모아보기로 제공

news.naver.com/main/opinion/home.nhn?viewType=pc

 

오피니언 : 네이버 뉴스

각 언론사별 사설, 칼럼 등 제공

news.naver.com

2. 뉴스 페퍼민트 - 화제성 있는 칼럼들을 번역한 사이트 (카테고리별 검색이 돼서 좋음)

newspeppermint.com/

 

뉴스페퍼민트

뉴스페퍼민트는 최근 화제가 된 외신 중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알려주는 기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글을 골라 번역/요약하여 월~금 출근시간에 제공합니다.

newspeppermi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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